

"천국에서 보내온 김 수환 추기경님의 편지"

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... 수녀님....형제 자매 여러분...
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
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,
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
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사랑을 받으니....
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. 감사하며..... 또 감사드립니다.
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
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.
불교에....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.
"보라는 달은 안보고.... 손가락만을 쳐다본다."
달은 하느님이시고..... 저는 손가락입니다.
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....
다 그분의 덕분입니다.
성직자로 높은 지위에까지 오른 것도....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...
다 그분의 덕입니다.
속으론 겁이 나면서도
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
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.
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
노숙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
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.
화가 나...울화가 치밀 때도....
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....
다 그분의 덕입니다.
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
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.
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
내가 쓴 글 솜씨도....
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.
내가 한 여러 말들....
사실은 2천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.
그분의 덕이 아닌.... 내 능력과...
내 솜씨만으로 한일들도 많습니다.
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
적당히 핑계대고 떠났지만....
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.
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
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....
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.
병상에서 너무 아파
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....
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.
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
아니 훨씬 못한
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.
이제.....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....
잊어 주십시오.
대신... 저를 이끄신 그분.
죽음도 없고, 끝도 없으신
그분을 쳐다보십시오.
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.
잘 아시겠지만
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...
"서로 사랑하십시오".
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
그분의 말씀이십니다.
저는 손가락 일뿐입니다.
손가락을 보지 말고......
그분을 쳐다 보십시오.

-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-
"고맙습니다.
서로 사랑하세요"
펌 : 전신부의 세상이야기 http://cafe.daum.net/jkj4662/Fulx/1989?docid=19EQ6|Fulx|1989|2011021623174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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